현대차 게시판 “하이닉스 서류합격”
정유사 면접선 응시자 절반 불참도
국내 대기업의 인사 담당 A씨는 저연차 직원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진행 중인 채용이 마무리되면 몇 명이 퇴직하겠다고 손을 들지 몰라서다. A씨는 “1~2년 근무한 직원들도 SK하이닉스에 신입이라도 좋으니 옮기겠다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적지 않은 인원이 원서를 낸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초호황에 두둑한 성과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이들 반도체 기업으로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들이 급증하고 있다. 당장 SK하이닉스의 채용(9월 입사 예정)이 이뤄지는 상황이라 인사 담당 부서에서 저연차 우수 인력 유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의 고액 성과급이 화제가 되면서 인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 사내 익명게시판에는 하이닉스 프로덕트 엔지니어링(PE) 서류 전형에 합격해 직무면접 준비 중이라는 반응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어떤 분야가 이직이 용이하고, 사람들이 몰린다는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 서로 이직을 독려하는 모습도 나온다.
가뜩이나 최근 젊은 세대의 이직이 늘고 있어 고민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액 성과급 후폭풍에 휩싸인 것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에서 이직한 2030세대 직원은 518명으로 전년(263명)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반면 SK하이닉스에선 지난해부터 직원이 늘어나는 흐름이 뚜렷했다. 지난해 전체 구성원은 4만6209명으로 전년 대비 6109명 증가했는데, 신규 채용(3201명)이 같은 기간 무려 2259명 늘었다. 지난해 SK그룹 전체 채용 규모가 약 80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룹 신규 인력 상당수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것이다.
안정적인 기업보다 성과급 체계가 확실한 회사를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대형 정유업체는 최근 실시한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 응시자 절반이 불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이지만 큰 성과급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회사는 최종적으로 2명을 선발했지만 1명은 입사를 최종 포기했다.
회사 관계자는 “후보 인원이 있어 채용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사내에선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성과급 체계 등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N% 성과급 사태 직격탄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크게 맞을 전망이다.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나 대기업·중소기업간 소득 차이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규직 근로자 임금총액은 월 457만원으로 비정규직(192만원)보다 265만원 높아 역대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고질적인 ‘K자’ 임금 격차와 더불어 중소기업의 박탈감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성과급은 고사하고 고유가·고금리 등 경영 활동 난제에 봉착한 상태에서 월급 차이까지 더 벌어지면서다.
한 중소기업 직원은 “이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엔 노력만으로 채울 수 없는 자산 격차가 만들어졌다”며 “청년층이 높은 성과급을 주는 대기업만 지원하게 되면 중소기업이 좋은 인재를 구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