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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문간 이기주의`…기업 `당장쓸 인재 선호`

문ㆍ이과 관념 깨고 함께 변해야
"경제ㆍ경영학과, 공과대 출신뿐만 아니라 철학, 심리학 같은 인문ㆍ사회과학 전공자도 많이 선발해야 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신입 직원을 선발할 때 다양한 전공 출신을 선발할 것을 주문했다.

문ㆍ이과의 틀에 갇힌 지식보다 다양한 지식을 갖춘 인재가 있어야 복잡해지는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십 년 동안 굳어진 문ㆍ이과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고교뿐만 아니라 대학과 기업, 사회가 함께 변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은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기업은 '당장 쓰기 편한 인재를 뽑기 위해'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27일 현재 신입사원을 모집 중인 한 대기업의 채용공고를 보자. '모집분야 : ○○○, 지원 자격 : 상경계ㆍ이공계, 전 학년 평점 : 3.0/4.5 이상, 어학 : TOEIC 750점 이상'으로 상경ㆍ이공계로 지원자격을 한정했다.

모집 목적인 '고객 수요분석을 통해 최적의 판매계획을 수립'하기에 상경ㆍ이공계가 나을 것이라는 상투적 판단에서다.

하지만 상경계 출신이라고 고객 수요를 가장 잘 읽는 것은 아니다.

한때 국내외 벤처업체들이 앞다퉈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청소로봇과 심부름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막대한 개발비용에 비해 처음부터 성공을 거둔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적 문제보다 로봇에 대한 수요자들의 거부 심리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심리학 전공자를 생산과 마케팅에 투입했더라면 로봇에 대한 수요자의 거부감을 어떻게 줄일지, 이를 디자인과 마케팅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을 혁신으로 성공시킨 미국 최고경영자들을 보면 상경, 이공계 외에 출신 학과가 다양하다.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는 스탠퍼드대학에서 중세역사와 철학을 전공했다. 그녀는 "중세에서 르네상스 시대로 넘어가는 이행 과정에서 인간이 일궈낸 성과를 고찰해보면, 우리가 디지털 세계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하는 안목이 생긴다"고 말한 바 있다.

기업 채용시장과 마찬가지로 대학 역시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문ㆍ이과 벽을 부수기 쉽지 않다.

[기획취재팀 = 황형규 팀장 / 서찬동 기자 / 방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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