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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독립언론' <시사IN>의 자존심입니다
BERJAYA
안녕하세요,
후원독자님
〈시사IN〉 김영화입니다



요란한 첫눈이 쏟아지는 수요일에 편지를 씁니다. 며칠 전만 해도 가을 단풍이 예년보다 덜 물든 것 같아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세상이 눈으로 뒤덮이더니 ‘이 정도로 추워지길 바란 건 아닌데···’ 하고 당황스러운 11월입니다. 서해 수온이 높아져서 생긴 일이라는데, 갑작스러운 폭설에 다들 무탈하셨기를요.


근황을 말씀드리자면, 지난 주말 가족 행사에 갔다가 재밌는 일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친척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근황을 나누던 중이었어요. 친척 한 분이 저를 소개하며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에 나오는 기자야!” 하고 언급을 해주시더라고요(지난 4월부터 ‘김은지의 뉴스IN’에서 뉴스 브리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의 고향은 매우 보수적인 지역으로 이름난 곳이라 이런 반응은 난생처음이었어요. 제 마음은 이미 감동의 도가니, 민망함과 감사함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저 멀리 앉아 계시던 또 다른 친척분이 손을 번쩍 드시더라고요. “나도 구독하고 있는데!” 매일 방송을 챙겨 본다고 하시면서 유튜브 화면을 직접 보여주며 ‘구독 인증’까지 해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꽤 무심했던 부모님에게까지 <시사IN>의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었어요. 남몰래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유튜브 50만 구독자를 향해 달려가다 보니 그 영향력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을 불쑥불쑥 만나곤 합니다. 정치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폭발적 관심이 신기하기도 하고요. 지난 7개월간 뉴스를 생산하는 것만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조회수는 물론이고 좋아요 수, 노출률에 클릭률까지 각종 지표를 섭렵하면서요. 남몰래 어깨를 으쓱하긴 했지만, 주간지 기자로서 정치 유튜브라는 매서운 생태계에 적응하는 게 녹록지 않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관심이 곧 여론과 변화로 이어지는 걸 보면서 ‘낚시성, 어뷰징성 제목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자문했다가 ‘그럼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 콘텐츠는 의미가 없는 걸까?’ 하는 질문으로 이어지길 반복합니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때문에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이 너무 많이 묻힌다는 비판도 있지요. 언론학에서 배웠던 저널리즘 원칙들은 옅어지는데, 그 자리를 메우는 건 무수한 물음표인 것 같습니다.


사실 ‘관심의 격차’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 건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온 두 언론인을 인터뷰하면서입니다(<시사IN> 제896호 ‘폭격된 집에서 인형을 구해온 어린이에게’ 기사 참조). 이들은 지난 4월 가자를 탈출한 뒤 제4회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한국을 찾았는데요. 1992년생, 1993년생인 두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인간다움’이란 단어가 자주 나왔습니다.


“아무도 모른 채 조용히 죽는다는 건 끔찍한 일입니다. 우리도 여러분과 같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기록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살라 알 하우 기자)


“가자에서 지난 14개월은 인류 역사상 일어난 적 없는 절멸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민주주의, 인류애, 인권을 믿을 수 있을까요?(유세프 함마쉬 기자)


언론의 접근이 차단된 상황에서 가자지구의 유일한 기록자가 된 이들은 고립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두 기자가 제작한 영상 보도를 오래도록 반복해 봤습니다. 그러면서 ‘기록만이 참상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 자원은 한정적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조명해야 할 수많은 현장들에 대해 곱씹으면서요. ‘우리 안의 이슈로도 충분히 시끄러운데 외국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신경 쓰기 어렵다’는 반응도 종종 마주합니다. 살라 알 하우 기자가 한국 시민사회에 전하고자 한 말이 있었습니다. 분량상 기사에 싣지 못했는데, 그의 메시지를 번역해 대신 전합니다.


“팔레스타인과 한국 국민은 모두 점령과 불의를 견뎌왔다는 점에서 공통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은 일어서서 자유를 되찾고 국가를 건립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여전히 계속된 점령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억압받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해주세요. 불의에 맞서 각국 정부가 압력을 가할 수 있도록 지금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 가져주세요. 어디에 있든 억압받는 이들의 고통에 함께하지 않고서는 인류는 영원히 불완전할 것입니다.”


어쩌면 유튜브냐, 종이 잡지냐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충격이 또 다른 충격으로 잊히기 쉬운 시대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계속해서 환기하고 이야기하는 역할만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답답한 정치 뉴스 말고도 다른 이야기를 할 공간이 우리의 공론장에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과 거부권 정국 같은, 꽉 막힌 정치 현안들도 하루빨리 풀려야 할 테고요.


이번 후원 레터를 준비하면서 <시사IN> 후원 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시사IN>을 후원하는 마음이 어떤 것일까 궁금했거든요. 탐사보도 후원하기, 나눔IN 후원하기, 시민 저널리즘 후원하기 버튼 세 개가 보였습니다. 다들 어떤 저마다의 이유로 <시사IN> 후원을 결정하셨을지 상상해보다가, 세 번째 ‘시민 저널리즘’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중에서도 ‘독립언론이 나아갈 길을 전 세계 언론인들과 함께 고민한다’는 글귀를 팔레스타인 두 기자들에게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소중한 후원자분들께서 <시사IN>을 후원하는 효능감이 이 페이지에 차곡차곡 쌓이도록, 유튜브와 지면을 넘나들며 기록하고 ‘관심’을 환기해가겠습니다. 아, 두 기자의 영상 보도는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무탈하고 따뜻한 겨울 되시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년 11월
김영화 드림
BERJAYABERJAYABERJAYABERJ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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