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 이어진 고변동성 장세
ETF·주도주·저평가주…센터장들이 제시한 대응 전략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질주하던 코스피가 급격한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내놓은 날조차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연이어 발동될 만큼 변동성은 극에 달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 역시 역대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우며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이처럼 단기 급등락이 반복되는 변동성 장세에 대해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시장 타이밍을 섣불리 예측해 대응하기보다, 본연의 투자 원칙을 고수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조선비즈가 국내 주요 증권사 8곳(KB·신영·미래에셋·대신·삼성·키움·메리츠·하나)의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하반기 투자 전략을 설문한 결과, 단기 등락에 흔들리기보다 장기 성장 산업과 기업의 펀더멘털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센터장들은 변동성이 커질수록 단기 매매보다 포트폴리오 구성과 자산 배분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시장 흐름을 맞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변동성도 감내할 수 있는 펀더멘털이 강한 산업이나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하거나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ETF를 활용해야 한다”며 “최근 진행되고 있는 AI 혁명은 핵심 기업이 많은 부가가치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주요 핵심 기업에 대해서는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대표지수 ETF를 중심으로 방어형 자산을 함께 담는 전략을 제시했다.
황 센터장은 “변동성이 커진 구간에서는 지수의 단기 방향성을 맞히기보다 지수 상승 수혜를 누리면서도 손실 방어를 함께 고려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중요하다”며 “대표지수 ETF를 핵심 자산으로 유지하되 조정 시 분할 매수하고, 단기채 ETF나 MMF 등 유동성 자산을 일부 편입해 추가 조정에 대응할 여력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커버드콜 ETF나 배당 ETF도 변동성을 낮추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동성을 지나치게 경계하기보다 오히려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 장세와 매크로 장세가 유효한 현재 국면에서는 투자심리 위축과 수급 불안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를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2분기 실적 호조와 유가 레벨다운에 따른 채권금리·달러 안정이 7~8월 코스피 레벨업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8월 말~9월 초를 기점으로 선행 EPS 증가율 정점 통과 여부와 미국 통화정책, 유가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이후에는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높이면서 소외주 중심의 순환매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주도주인 반도체에 쏠렸던 자금이 여타 업종으로 확산되는 순환매 흐름에 무게를 뒀다.
이 센터장은 “반도체 독주 국면에서 점차 이익 모멘텀이 확산되는 단계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차익실현 과정에서 방산, 증권, 유통, 바이오, 금융, 조선 등으로 자금 이동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센터장들이 가장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변동성을 예측하려 하지 말고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지키는 것이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변동성 자체에 대응하려고 하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식은 기업과 동업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변동성을 맞히려 하면 결국 공포에는 팔고 상승장에서는 뒤늦게 추격매수하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기 쉽다”며 “기업 가치가 변하지 않았다면 중간 과정의 등락에 지나치게 흔들릴 필요는 없다”고 했다.
최근 반도체 쏠림으로 오히려 저평가 종목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 센터장은 “ROE는 높고 배당수익률도 양호하지만 PBR이 1배 미만인 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이런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충분한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결국 강세장에서는 주도주를 따라가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시장의 주도주는 AI 반도체이며 단기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장기적인 AI 투자 사이클이 유효하다면 시장의 핵심 주도주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손실을 줄이는 전략을 제안했다. 이 센터장은 “시장의 한 방향 쏠림 현상이 심화된 만큼 변동성 구간에서는 레버리지 등 공격적인 투자에 집중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하방 변동성을 피하고자 한다면 상승 시 수익률은 다소 제한될 수 있지만 조정 시 대응할 수 있는 버퍼형·손실제한형 지수연계 상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