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의 역사를 되짚어야 하는 이유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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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07.01. 오전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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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들이 직접 선정한 이 주의 신간. 출판사 보도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기자들이 꽂힌 한 문장.

선악의 발명



하노 자우어 지음, 김태한 옮김, 민음사 펴냄

“도덕적 가치는 전조등과 같다.”

‘선악의 발명’에 대해 탐구하는 것은 ‘도덕의 역사’를 다시 쓰는 과정이기도 하다. 무리 생활을 하며 매일의 생존에 급급했던 원시시대에도, 경제력과 기술 발전의 영광 아래 양극화로 몸살을 앓는 현대사회에도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로서 도덕은 늘 존재했다. 다만 인류 문명의 진화 단계에 따라, 당대의 가치와 시대정신에 따라 외피를 달리했을 뿐이다. 심리학·과학·사회학 데이터를 통해 윤리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차별과 혐오, 극단주의와 불평등으로 뒤엉킨 오늘날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인류가 스스로 도덕성을 부여해온 과정에 주목한다. 선과 악의 기준을 어떻게 결정해왔는지, 한 사회가 위기를 맞았을 때 극복의 씨앗이 된 원칙과 가치는 어떻게 재창조돼왔는지 추적했다.



한글, 불편한 진실



강명관 지음, 푸른역사 펴냄

“그렇다면 무엇이, 아니면 누가 백성의 한글 사용을 막았던 것인가.”

세종의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를 뜻한다. 우수한 한글을 세종이 말한 ‘어리석은 백성’의 절대다수인 농민·노비는 사용했을까. 지은이는 자료조사를 통해 ‘훈민정음 신화’를 제대로 보기를 제안한다. 세종 전후 시기 백성의 상황과 창제 이후 한글 사용의 역사를 추적했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백성이 이용할 문자를 주겠다는 것이 〈어제 서문(御製序文)〉에서 밝힌 한글 창제의 주목적이었다. 백성이 하려고 했던 말은 대부분 수령과의 갈등에서 나올 텐데, 지방 관장을 고소하는 게 금지되어 있었다. 한글 보급을 위한 제도적 노력도 미미했다고 지은이는 판단한다. 민중보다 지배계급이 한글을 적극 사용했다는 점을 밝혔다.



청소년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이야기



최태현 지음, 창비 펴냄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어떻게든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실천하려 하고 있어요. 왜일까요?”

최근 몇 년 사이 민주주의라는 단어와 연결되는 장면이 부쩍 많아졌다. 무장한 군인이 국회에 침투하는 장면, 광장을 가득 채운 응원봉 물결, 폭력으로 난장판이 된 법원의 모습, 재선거 또는 부정선거를 외치며 공원에 모인 인파…. 위기감은 깊어가지만 설명할 길은 요원하다.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저자 최태현 교수가 이번에는 청소년과 함께 민주주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성인 시민이 의아해했던 그 장면들은, 당연히 청소년 시민들에게도 물음표로 남았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의문을 공유하고 토론할 공간은 ‘알고리즘’ 장벽으로 나뉜 SNS 정도에 그친다. 이 책은 청소년 3명과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각 장 마지막에는 추천 도서를 실었는데 목록이 묵직하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잊히지 않을 책이다.



신 퇴마록 신세편(전 3권)



이우혁 지음, 반타 펴냄

“때로 악령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할 수도 있어.”

〈퇴마록〉이란 소설을 아는지 여부에 따라 세대가 갈릴지도 모르겠다. 한국형 오컬트 판타지의 원조급 작품으로 평가되는 〈퇴마록〉은 PC통신의 ‘납량 소설’로 시작해 누적 판매량 1000만 부라는 업적을 남긴 한국 장르문학의 전설이다. 한국 문학사에 ‘대중 서사’라는 영역을 끼워 넣게 만든 기념비적 작품이기도 하다. 그 작가 이우혁이 다시 펜대를 잡은 〈신 퇴마록 신세편〉은 선대 퇴마사 4인방이 지켜냈던 ‘말세의 위기’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시점을 배경으로 선대와 차세대 퇴마사들이 한국에 강림한 ‘악마의 본체’와 맞서는 내용이다. 작가는 이번 ‘신세편’ 발간에 이어 ‘마세편’과 ‘창세편’으로 신퇴마록을 완결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적처럼, 채은이



김윤환 지음, 삼인 펴냄

“우리는 질문에 잠식되던 가족에서, 하루를 관리하며 살아가는 가족으로 조금씩 바뀌어갔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자꾸 고개를 떨구었다. 진단명은 척추성 근위축증(SMA)이었다. 이름조차 낯선 이 소아 희귀질환은 가족의 풍경을 바꾸었다. 저자 부부는 막연한 기다림 대신 임상시험이라는 간절한 도전에 나섰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임상시험을 알아보고 대상자가 되어 투약하는 과정, 그리고 이후 반복되는 재활 과정을 치열하게 기록했다. 가족은 여전히 기적을 써 내려가고 있다. 절망과 의문 대신 차근차근 관리하며 대응하는 일상에 적응해갔다. 수만 가지 감정을 겪었을 부모의 심경이 놀랍도록 정제된 언어로 담겼다. 오히려 이토록 꾹꾹 눌러쓴 문장이, 밀도 높은 다짐과 사랑이 읽는 이의 마음을 더욱 뜨겁게 만든다.



세부 속으로



리디아 데이비스 지음, 서제인 옮김, 에트르 펴냄

“우리가 글을 쓰는 동안 시간은 흘러가고, 삶은 짧고 긴 이야기의 흐름들을 품고 계속된다.”

나는 왜 쓰는가. “기존 범주에 넣기 불가능한” “미국 소설계의 가장 독보적인 지성”으로 불리는 저자도 그 질문 앞에서 골몰한다. 그리고 대결해보기로 한다. 알기 위해 쓰고, 모른 채로 쓰고, 즐거워서 쓰고, 괴로워서 쓴다 같은 말들을 골라내면서. 그중 가장 좋은 이유는 아무래도 ‘신경 쓰이기 때문에’다. 그 낯선 감정은 자주 사랑의 입구가 되어주니까. 결국은 모든 이야기야말로 ‘왜’에 대해 이미 제출된 대답이다. 저자는 ‘왜’ 대신 ‘어떻게’로 질문을 바꿔본다. 그에게 쓰기란 읽기와 분리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읽기를 통해 다른 작가들의 쓰기를 탐구한다. 멀리, 널리 헤매며 뻗어나가는 이야기를 좇아가다 보면 살아가기 혹은 사라지기라는 말을 읽기와 쓰기 옆에 가만히 두고 싶어진다. 그 모든 것이 쓰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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