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더는 선택 아니다…정부 “2028년부터 사업보고서에 넣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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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연결자산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의무화…2029년 5조 이상으로 확대

공시채널은 거래소 자율공시 아닌 사업보고서…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법정공시화

도입 초기 3년간 포괄 면책 부여…고의적 그린워싱은 손해배상·행정책임 유지

Scope3 공시는 3년 유예…기후리스크 플랫폼·업종별 가이드라인으로 기업 부담 완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ESG 정보 활용 확대…공시가 자본시장 평가 변수로 부상
◆…정부와 여당은 8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지속가능성 ESG 공시 제도화 방안 최종안'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의 속도를 끌어올렸다. 기업들의 공시 여건이 충분히 성숙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법정공시 체계를 통해 시장의 눈높이를 먼저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ESG 공시가 자율적 평판 관리 수단을 넘어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핵심 정보로 자리 잡게 됐다는 의미다.

정부와 여당은 8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지속가능성 ESG 공시 제도화 방안 최종안'을 발표했다. 최종안의 핵심은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어 2029년에는 연결자산 5조원 이상 기업으로 대상을 넓히고 2028~2029년 공시 상황을 평가해 2030년에는 2조원 이상 기업까지 추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당초 시장에서는 기업 부담과 준비 부족을 이유로 단계적·완만한 도입론이 제기됐지만 최종안은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정보 수요를 더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방안에 따라 공시 범위에 포함되는 기업이 종속회사를 포함해 2028년 291개사, 2029년 3171개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사실상 대형 상장사와 그 연결 종속회사의 기후·ESG 정보가 순차적으로 자본시장에 공개되는 구조다.

공시 방식도 강도가 높다. 정부는 2028년부터 지속가능성 정보를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에 담도록 할 방침이다. 거래소 자율공시에 머물지 않고 법정공시로 즉시 편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정은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빠르면 7월 중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ESG 공시가 별도 보고서나 홍보성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아니라 투자자가 확인하는 정식 공시문서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다만 정부는 기업들의 부담을 고려해 도입 초기에는 면책 장치를 두기로 했다. 제도 시행 후 3년간은 공시정보 전체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행정제재, 형사처벌을 포괄적으로 면제한다. 다만 고의적인 그린워싱에 대해서는 손해배상과 행정책임을 묻기로 했다. 성실한 공시는 보호하되, 시장을 오도하는 허위 친환경 포장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후에는 지속가능성 공시의 특성을 반영한 세이프하버 제도가 적용된다. 미래 위험요인에 대한 예측 정보, 온실가스 배출량 등 추정 정보, 협력업체 등 제3자로부터 수집한 정보처럼 불확실성이 큰 항목은 합리적인 근거와 판단을 바탕으로 충실히 공시했다면 책임을 면제하는 방식이다. 제3자 인증도 제도화하되, 인증 실무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공시 의무화 2년 뒤인 2030년부터 의무화할 예정이다.

기업들이 가장 부담을 느껴온 Scope3 공시는 3년 유예된다. Scope3는 협력사, 물류, 사용·폐기 단계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뜻한다. 정부는 연결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은 2031년, 5조원 이상은 2032년, 2조원 이상은 2033년부터 Scope3 공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소기업기본법상 소기업이면서 고탄소 배출 업종이 아닌 기업은 공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유지된다.

지원책도 병행된다. 회계기준원은 2026년 주요 업종별 대표기업과 함께 공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다. 기후부는 2028년까지 '한국형 기후리스크 통합플랫폼'을 개발해 기업들이 고가의 해외 분석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기후 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Scope3 대응을 위해 주요 수출 15개 업종별 배출량 산정 가이드라인과 1000개 전과정목록데이터도 구축한다.

공시정보의 활용도 확대된다. 국민연금은 기업과의 대화 등 기금 운용 전반에서 ESG 공시 정보 활용을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점검 과정에서 기관투자자가 수탁자 책임정책에 ESG 요소를 반영하고 있는지도 점검해 공개하기로 했다. ESG 공시가 단순한 보고 의무를 넘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투자 판단, 전환금융 공급의 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번 최종안은 국내 ESG 공시 논의를 '언제 도입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자본시장 규율로 작동시킬 것인가'로 이동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시 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기후 리스크 관리 역량을 투자자에게 설명해야 하는 새 과제를 안게 됐다. 반대로 준비된 기업에는 자본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

ESG 공시는 더 이상 착한 기업 이미지를 위한 선택지가 아니다. 기후 리스크, 공급망 배출,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을 숫자와 문서로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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