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본격 조정 국면 닥치나[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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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 이후 올해 하반기 이후 통화정책 방향을 알 수 있는 각국 중앙은행 회의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2주간의 슈퍼위크 기간이 마무리됐다. 한마디로 금리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가장 관심이 되는 것은 케빈 워시 체제를 맞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과연 언제 금리를 올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 하반기 금리, 오를 가능성은
결론부터 말한다면 Fed의 양대 책무 지표와 워시가 지향하는 프레임워크를 고려하면 금리인상 시기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실업률은 Fed가 추정하는 완전고용 밴드 3.5∽4.3%의 상단에 걸려 있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목표치 2%를 두 배 이상 웃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잠재 수준에 그쳐 성장, 물가, 고용 간의 정형화된 사실이 흐트러져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의 생명이 선제성(preemptive)에 있는 만큼 ‘금리인상은 늦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속에 워시 의장은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 올해 하반기에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이 파월 의장보다 더 빨리 불거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1% 이내로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현상 유지의 폭정’에 걸릴 확률이 높다. 통화론자 밀턴 프리드먼은 금리 변경이 선제성을 잃으면 경제 주체에게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금리결정권을 가진 몇몇 보드 멤버의 재량적 판단에 맡기기보다 물가가 목표치를 웃돌면 올리고 밑돌면 내리는 ‘통화 준칙(monetary rule)’을 제시했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워시 의장이 조기에 금리를 올리면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가 재현될 수 있다. 최근 경제 여건이 40년 전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취임하고 첫 FOMC 회의를 주재했던 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10년 국채금리와 CPI 상승률이 각각 5%, 3%를 넘어서면서 주가가 폭락했던 ‘5.3 몬스터’가 겹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이 취임했던 1987년 하반기 이후 미국 경제를 보면 성장률이 3%대에 달해 잠재성장률을 뺀 GDP 갭이 1%포인트 이상 인플레이션 갭이 발생했다. 2012년 양대 책무가 도입되기 전 유일한 목표였던 물가는 경기 과열에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 약세까지 겹치면서 목표치를 2배 이상 웃돌았다.

IBM의 PC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 프로그램 트레이딩이 빠르게 퍼지면서 금융시장 과열 정도는 실물경제보다 더 심각했다. 증시는 모든 잣대가 고평가 신호를 줄 정도로 주가가 거품 붕괴 일보 직전까지 치솟았다. 채권시장도 쓰레기 취급을 받은 정크본드로 조달한 자금으로 건전한 기업을 인수하는 차입 매수(LBO)가 성행했다.

Fed의 경력이 전혀 없이 컨설팅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던 그린스펀 전 의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론대로 취임 이후 3개월 만에 열렸던 첫 주재 FOMC 회의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현상 유지 폭정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금리를 천천히 내려 연착륙시켜야 거품 붕괴를 방지할 수 있다는 Fed의 전통을 무시한 성급한 처사였다.

대가는 혹독했다. 금리인상 직후 1987년 10월 19일 S&P500 지수는 하루에 20% 넘게 폭락했다. “초보자(novice)는 어쩔 수 없다”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았던 그린스펀 전 의장은 ‘금융시스템 안정’이란 명목으로 유동성을 과감하게 공급했다. 그 후 증시는 장기 활황 국면에 진입하면서 세계경제 대통령이라는 칭호와 함께 Fed를 18년 동안 이끌었다.
◆ 금리인상 가능성 시사한 워시
지난 6월 열렸던 첫 주재 회의에서 워시 의장은 절묘한 선택을 했다. 기준금리는 동결하되 의미가 약해진 점도표에서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히려 6월 FOMC 회의보다 앞서 열렸던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 회의에서 금리를 올린 점을 고려하면 완화적 기조를 선택해 일단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을 피했다.

문제는 첫 주재 FOMC 회의에서 예고한 금리인상이 과연 언제 단행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워시 의장의 통화정책 프레임워크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지난 8년간 Fed를 이끌어왔던 제롬 파월 전 의장과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이다. FOMC도 친트럼프 성향 위원으로 많이 채워져 있어 워시의 통화정책 프레임워크는 실행에 옮겨질 확률도 높다.

워시 의장은 통화정책 목표부터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2년부터 도입된 양대 책무 중 고용창출을 떼어내 물가안정에 더 치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성장, 저물가가 가능한 첨단기술 시대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간 필립스 관계가 흐트러졌다는 근거에서다. 구인율과 실업률 간 베버리지 관계가 약화된 점도 들고 있다.

물가안정 목표도 지금까지 금리 변경의 잣대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을 분사 평균(trimmed mean) 물가로 바꿔야 한다고 일찍부터 주장해왔다. 통화정책 수단 중 가장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는 추계방식이 가능한 한 완전하고 실제 추계방식이어야 하나 근원 PCE 상승률은 너무 불완전하고 추측성 통계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분사 평균 물가는 항목별로 하위 24%, 상위 31%를 제외한 것만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중위수 개념의 독특한 지표다. 최고와 최저를 제외한 나머지 심사위원의 점수로 순위를 매기는 피겨스케이팅의 채점 방식과 비슷하다. 댈러스연준이 개발해 사용하고 있어 곧바로 도입하는 데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양대 책무에 대한 워시의 입장을 고려할 때 5월 비농업 일자리 창출 건수와 같은 고용 지표 호조로 기준금리가 조기에 인상될 확률은 희박하다. 실업을 동반하지 않는 경기둔화(job-full downturn)가 발생하는 여건에서는 고용 지표 호조가 경기 과열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신호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원 PCE를 분사 평가 물가로 재조정하면 미국과 이란 전쟁 이후 상승하고 있는 물가도 기준금리를 올릴 상황이 아니다. 5월 근원 PCE 상승률 2.9%를 분사 평균 물가로 재산출하면 2.3%로 목표치 2%의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쟁이 조기에 마무리되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수준이다.

기준금리 변경 이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점도표는 폐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통화정책 시차가 1년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중립 금리가 분기마다 바뀌면 시장의 안내판 역할보다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Fed 이사도 수시로 나서 발언하기보다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는 비밀의 사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화정책 현안별 워시 의장의 시각은 최근처럼 주가가 고평가 논쟁이 있을 때일수록 바람직하다. 거품 우려가 나올 정도의 주가 수준에서는 금리를 베이비 스텝으로 연착륙시켜야 붕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주재 회의에서 지혜를 보여준 워시 의장이 앞으로 계속해서 보여주느냐의 따라 올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증시의 앞날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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